같이 즐기자. 하나님도 좋은데 먼저 우리들하고...
![]() |
같이 즐기자. 하나님도 좋은데 먼저 우리들하고...
저는 축구를 참 좋아합니다.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직접 공을 차면서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것을 더욱 좋아합니다. 손을 이용할 수 없는 축구는 부정확하다는데 그 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우리 편을 향해서 볼을 차서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죠. 게다가 업사이드니 하는 규칙들이 있어 교묘하게 순간 수비들 사이를 치고들어가야 해서 그 타이밍에 놓치지 않고 같은 편 선수가 전진하는 선수에게 패스를 해야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절대 혼자 잘한다고 재미를 볼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날두나 메시처럼 수비수 3~4명은 너끈히 제치고 골을 넣는 선수가 있긴 하지만 그들은 특별한 몇 안되는 스타플레이어이지요.
비단 저 뿐만은 아니었겠지만 대한민국의 6월은 바 이 축구 때문에 뜨거웠습니다. 바로 이 축구 때문이었죠. 2010 남아공 월드컵 원정 첫 16강 그 결과가 얘기해 주듯 많은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16강으로 가는 마지막 조별 예선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끝까지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했지요. 많은 경우수를 따져 보았을 때, 우리는 나이지리아를 이기거나 적어도 비겨야 토너먼트에 진출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아 그런데 웬걸요. 전반 초반에 선재골을 내어주고 맙니다. 차범근 해설위원의 ‘아~ 차두리 뒤에 사람을 놓쳤어요’ 발언은 이번 월드컵으로 차미네이터로 다시 태어난 차두리선수에게 오히려 위로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아쉽죠. 순간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특히 저처럼 거리응원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그 순간의 정적을 잊을 수가 없을겁니다.
하지만 수비수 이정수 선수가 셋트피스 상황에서 기성용 선수의 기가막힌 크로스를 받아 이른바 동방예의지국 슛, 헤발슛으로 골문을 갈라놓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 동점!
그렇게 분위기를 탄 대한민국에게 후반 4분 박주영의 프리킥 찬스가 찾아옵니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의 프리킥은 수비벽을 비켜가며 땅을 한번 튀깁니다. 그리고는 온몸을 날린 나이지리아 골키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른쪽 골대로 그냥 빨려들어갑니다. 골~~! 제가 있던 서울광장은 그야말로 흔들거립니다.
처음본 사람들과 부둥켜안고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캬! 이 맛이죠. 축구는 역시 골 맛, 거기에 역전골은 더더욱 달콤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외치고 박주영 선수는 특유의 기도 세레머니로 환호합니다.
그 뒤로 김남일 선수의 과욕이 부른 페널트킥 허용으로 동점... 동시에 치러지는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다행히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점쳐지면서 동점만 지키면 16강행이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위기가 수차례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참 어려웠지만 우리는 16강에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합니다. 차범근 해설위원도 배성재 캐스터도 감격스러운 순간을 전하며 밤잠 설치며 응원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k리그관계자, 대한민국 축구협회에 그 공을 모두에게 돌립니다. 정말 우리 모두의 승리인 셈이죠.
그 순간 갑자기 이영표 선수와 경기 막판에 투입된 김동진 선수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합니다. 처음엔 둘이서 하더니 나중에는 6~7명이 빙 둘러앉아 기도를 합니다.
<저~나이지리아 선수 어떻게 할꺼예요? 아!~ 안습...>
기분이 참 불편했습니다. 뭐랄까요? 처음에는 저들이 우리를 왕따 시키는 기분이었어요? 우리 모두의 축제이어야 하는 순간에 우리들끼리도 나뉘어지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던 거죠.
하~ 이 씁쓸함이란 나중에 조용히 보이지 않은 곳에 가서 해도 될 것을 그들은 왜 매번 이래야만 했을까요? 며칠 동안이나 유명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차지할 정도로 FIFA 블레터 회장 기도 세레머니 자체요청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예전에만 해도 종교에 관련해서는 조항이 없던 것이 신설되었는데 그 이유가 대한민국의 유별난 종교 세레머니 때문이라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논의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심적으로 이해는 됩니다. 운동 선수처럼 정신적인 영역이 중요한 이들에게 종교는 그들의 삶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지요.
하지만 공공연하게 박주영 선수나 이영표 선수처럼 축구라는 운동을 선교활동의 도구화 하는 경향을 드러내어서는 곤란합니다. 종교 차별에 관련한 헌법조항이니 신앙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상식적인 차원에서 얘기 하려는 거지요. 많은 사람들이 몇몇 선수들의 이런 세레머니를 싫어한다는 겁니다.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http://poll.sports.media.daum.net/poll/ncenter/list.daum?count=10&range=10&active=&service=11&tf=list&index=2 >
포털 Daum에 네티즌 투표입니다. 개인적인 영역이다. 놔두자는 의견이 50.3% , 사실 좀 불편했다. 개선하자는 의견이 49.2% 거의 반반인데 가반 살펴보면 첫 번째 선택지를 ‘개인적인 영역이니까 하는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석해서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기도 세레머니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하지 않더라도 정말 많은 사람들! 절반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불편해 하고 있습니다.
절반입니다 절반!!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내가 괜히 예민했네 싶다가 아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솔직히 이런 것들을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조용하게 주의하도록 권고하고 그에 따라 주의해주면 모든 사람들이 편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들의 극성스러움은 권고 정도로 멈추지 않을 모양인가 봅니다.
분명 FIFA 회장의 자제요청에도 끄떡하지 않았고 나이지리아 경기에서는 그 수위가 예전보다 더욱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영표 선수와 김동진 선수가 하늘을 보며 ‘오~주여’를 외치고 있네요.
정말 이 순간에는 더 이상 전광판이 보기 싫어졌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꼴 보기 싫어진 것인데... 허용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해도 너무 한 것 아닙니다.
게다가 왜 하필 SBS는 이것을 화면에 담고 방영한 걸까요? 뭐 생방송이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인정하는데 재방송이니 나중에 방송되는 하이라이트에서는 편집해서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맨 처음 얘기한 것처럼 축구는 팀워크가 참 중요한 경기입니다.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경기죠. 골키퍼,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모두 한 몸처럼 움직여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요. 대한민국이 지역예선을 거쳐 조별예선을 모두 마칠 때까지 선수들은 정말 수많은 신호를 주고 받고 패스하고 협력하면서 16강의 문턱을 넘었죠.
그렇다면 이들이 믿고 있는 신도 좋지만 함께 땀흘리고 울고 웃었던 동료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이 응당 우선 되어야 합니다. 그게 골을 넣고 나서든 승리를 확정되고 나서든 말이죠. 골을 넣든, 경기에서 이겼든 함께한 선수들 모두가 이것을 만들어 갔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국민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한다고 하지말고 배려를 우선 해주세요.
분명 이들의 종교 세레머니가 유난스러운면이 있고 극성스러운 면이 있지만 이들이 국민 상당수에게 불쾌감을 유발시키기 위해서 이런 의식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의 축구를 참 좋아하고, 이들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축구팬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참 껄끄럽습니다. 오죽하면 이럴까요?
박주영 선수! 당신의 프리킥은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이영표 선수! 당신의 안정감있는 탄탄한 수비 또한 명품입니다.
기성용 선수! 당신의 크로스 덕분에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
정성용 선수!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선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동진 선수! 몇분 뛰지 않아서 솔직히 플레이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신들의 실력과 열정 인정합니다. 좋아합니다. 하지만 종교 세레머니 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당신들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생맥주 한잔과 광장을 울려퍼졌던 함성이 아직 생생합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감사합니다. (혹시나 다른 선수들은 언급 안 했다고 삐지지는 않겠죠. 개인적으로는 박지성 선수, 이청용 선수 팬입니다. ^^ ) 행복했던 6월 좀 더 온전하게 행복해질 수 있도록 모두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테마별 종교자유 > 스포츠와 종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드컵의 본래 의미 퇴색...‘종교적 골 세레모니=스포츠 선교 활용’ (0) | 2012.04.16 |
---|---|
기도 세리머니 - 박광서 서강대 교수 (0) | 2012.04.16 |
국가대표의 기도 세리머니, 정말 괜찮은가? (0) | 2012.04.16 |
월드컵과 기도 세러머니 (0) | 2011.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