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은 MB심판과 자칭 '미래 세력'이라는 이분법의 논리 하에 야권단일화와 여권세력의 중차대한 대선 전초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권의 막판 뒤집기 승리로 끝났다. 이는 야권연대의 밀실 공천 잡음과 여권의 이른바 도덕 메카시즘에 놀아난 격으로 풀이된다.
이 와중에 역대 최다로 비례대표 정당이 20곳이나 나온 이번 총선은 특히 종교정당의 관심이 초반 증폭됐다. 그 중심에 선 정당이 바로 기독당과 불교연합당이다. 기독교와 불교계를 대표해 나왔던 이 두 정당은 결국 득표율 기준미달로 등록이 취소됐다. 결국 정치실험으로 그쳐버린 이 종교정당들의 패배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기독당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막말 발언에 기인한다. 이른바 보수 기독교계 아이콘으로 불리는 서경석ㆍ전광훈 두 목사의 불법선거개입 발언 논란이다. 이미 여론을 통해 잘 알려진 두 목사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로 언론계에 이미 스타가 된지 오래다. 이는 기독교를 믿는 전체 신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과 모멸로 지탄받고 있는 셈이다.
"종북 좌파의 점령 저지, 하나님께서 지켜주신 것"(서경석 목사)
"민주통합당이 패륜아를 정치에 이용"(전광훈 목사)
이 두 목사의 발언 논란에도 이들이 주축으로 총선에 나온 이유는 단 하나. 기독신자들은 무조건 기독교 정당을 찍어 줄 거라는 그들만의 광신적인 착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말 이들이 중요하게 알아둘 기본 상식은 종교적 믿음만으로 정치를 악용하려는 왜곡은 신자들에게 더 이상 융통되지 못한다는 진리일 것이다.
앞서 이런 논리를 두고 본다면 불교 연합당(이하 불교당)도 마찬가지다. '불교계와 500만 저 신용자의 대변 정당'을 모토로 창당한 불교당은 국민화합ㆍ남북통일ㆍ경제대국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열 스님은 지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에도 출마했다.
불교당의 창당 배경을 밝힌 이재열 장주스님은 "수행하는 승려가 나서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이 너무 시끄럽고 어지러웠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고통과 질곡으로 신음하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장주스님은 이명박 정권의 기독교 종교편향 정책을 질타하며 "불교를 탄압하는 현재 정치권에 불교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줄 때라 생각했다"고 취지를 덧붙였다.
불교당의 정치 공약으로는 토지허가제 전면 폐지, 농지법 전면폐지, 환경법 대폭 강화, 시골 땅이 서울 땅 보다 가치 있는 대한민국 건설, 전국 1시간대 이동 가능하도록 경비행장 건설 등이다.
앞서 창당배경을 보면 응당 순수한 목적 하에서 정치입장을 표명한 것처럼 보이나 공약 내용을 보면 이내 그 신뢰가 떨어지는 격이다. 일명 정당의 정책이라 함은 보편성과 객관성, 지역주민의 현안과 담론을 명시하는 게 옳은 일인데도 환심성 공약이 대부분이다. 정당 정치 제도의 기본조차 안 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장주스님은 정당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예언 운운, 대한민국의 교주, 4차원 정치, 관광중립국 혹은 관광특별시 등의 발언으로 유권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종교 정당들의 등장에 일부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이유인즉슨 이미 이웃나라 일본의 '공명당'과 일부 아시아권 불교 정당, 그리고 유럽권 나라의 '기독민주당' 등 종교정당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정치활동을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혁재 풀뿌리연구소 상임대표도 <법보신문> 칼럼을 통해 종교계의 정당 정치 개입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호전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이명박 장로 대통령의 탄생으로 얽힌 사상 초유의 일부 종교계 핍박에 근거한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도 강한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정권을 장악했다는 종교정치 풀이로 해석된다.
손 대표는 그러며 불자대통령도 나올 수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단, 불심으로 불자후보를 찍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들의 복지와 평안을 위할 때만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 위주로 편향 정책을 펴서 질타를 받았듯, 불자들 또한 불교의 이익과 포교라는 관점에서의 정치적 접근은 일체 말아야 한다는 경고다.
그러며 손 대표는 선거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충언했다.
"선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정치인을 나의 대표로 뽑을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손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젠 불교신자의 정당이냐, 기독교 신자의 정당이냐가 아니라 모든 종교 유권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책임투표를 해야 한다. 이는 국민주권 실현을 위해 선거라는 민주주의 정치참여 광장에서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성이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하기 위해 매 선거마다 유권자들은 공약과 정책, 도덕성 등을 꼼꼼히 점검해 깨끗한 정치문화 선도에 이바지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